4차 항암을 마치며: 익숙함 속의 피로, 그리고 내 처방약 이야기-8
항암 4차, 이제 2주 간격은 마지막. 익숙함 속에 쌓이는 피로와 내 몸에 들어가는 약물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 하루.
서론
2025년 5월 20일, 나의 4차 항암 치료가 끝났습니다.
이제 2주 간격으로 투약하던 마지막 항암이었고, 다음부터는 1주 간격으로 3개월간 진행될 일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 말로는 항암약이 조금 약해지고 부작용도 덜할 거라고 했지만 투약 시간은 여전히 2시간.
몸은 조금씩 익숙해져 가지만, 마음과 감정은 그만큼 따라주질 않습니다.
본론
4번째 항암이라 그런지 병원 가는 발걸음도, 주사를 맞는 시간도 이전보다 덜 낯설었습니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항암 전 피검사를 오전 당일에 진행했습니다.
원래는 5월 19일에 항암이었지만, 캐나다 공휴일인 Victoria Day로 하루 미뤄져 20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아침 10시 30분 피검사, 11시 30분 의사 면담, 그리고 항암은 1시가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피검사 결과가 늦게 나와 준비가 밀렸기 때문입니다.
치료가 끝나니 오후 3시가 넘었고, 그저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을 뿐인데도 온몸이 천근만근처럼 피곤했습니다.
속은 마치 텅 빈 강정처럼 공허하고 무거웠습니다.
3차 항암 이후부터 느껴지던 졸림, 식욕, 감정기복 등이 이번에도 반복되었고,
그래서 문득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약들이 도대체 어떤 약들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 중에서도 **Dexamethasone(덱사메타손)**이라는 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약은 스테로이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염증을 줄여주고, 구토를 억제하며, 식욕을 높이고, 기분을 올려주는 작용까지 한다고 합니다.
처음엔 그저 항암 부작용을 줄여주는 약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여러 역할을 한다니 놀라웠습니다.
내가 처방받은 항암 관련 약물들 정리
Dexamethasone | ✅ 포함됨 | 스테로이드. 염증 억제, 구토 예방, 식욕 증가, 기분 안정. |
Emend (Aprepitant) | ❌ 없음 | NK1 수용체 차단. 24~72시간 후 생기는 지연성 구토 예방. |
Aprepitant | ❌ 없음 | Emend와 동일 계열. 2~3일차 복용. |
Ondansétron | ❌ 없음 | 5-HT3 수용체 차단. 항암 직후 나타나는 급성 구토 예방. |
Grastofil | ❌ 없음 | 백혈구 회복을 돕는 주사제. 감염 예방. |
Docusate Sodium | ❌ 없음 | 변비 예방을 위한 완화제. |
Lorazepam | ❌ 없음 | 불안 완화, 수면 보조, 심리적 긴장 완화. |
Prochlorperazine | ❌ 없음 | 도파민 차단. 필요할 때 사용하는 추가 구토약. |
Olanzapine | ❌ 없음 | 도파민+세로토닌 차단. 급성·지연성 구토, 불면, 불안에 효과. 때론 덱사메타손 대체도 가능. |
이렇게 다양한 약이 내 몸에서 각각의 역할을 하며 항암 부작용을 줄이고 있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항암을 잘 견디기 위한 최소한의 조합이란 것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결론
4번째 항암을 지나면서 몸은 점점 익숙해졌지만, 피로감은 더 깊어지고,
약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자기방어 본능이 생겨났습니다.
내 몸에 들어가는 것을 알고 이해하려는 이 노력은,
어쩌면 몸과 마음을 더 잘 돌보기 위한 작은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솔직히 많이 피곤합니다.
하지만 이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적어봅니다.
나와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또는 몇 달 뒤의 나에게
이 기록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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