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지친다, 그래서 오늘은 쓰러져봅니다”
항암치료 중 감정조절이 어려운 날, 반복되는 남편의 불평에 화가 난 나. 나를 위한 마음 회복의 글과 조언들.
서론
오늘은 항암 4차후 2일째되는 날입니다. 시간이 갈 수록 감정 컨트롤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아침부터 남편과 말다툼을 했습니다. 한번터진 활화산은 멈출 수가 없습니다.
별거 아닌 말, 늘 하던 불평이었지만, 오늘따라 너무 화가 났습니다. 스스로도 왜 이렇게까지 감정이 올라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소보다 예민한 것도 있지만, 마음속에 쌓인 무언가가 터져 나온 것 같았습니다.
본론
남편은 평소에도 일상에서 불만을 자주 말하는 사람입니다. 집 근처 커브길에 주차된 차 때문에 돌아올 때마다 불편하다고 늘상 불평을 합니다. 본인집 주차장을 비워두고 길가에 주차를 하니 틀린말도 아닙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TV를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그램 속 사람들, 정치, 사회, 날씨… 뭐든지 불평이 묻어나옵니다.
처음엔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저 말이 나를 향한 건 아니니까” 하며 넘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말을 듣다 보면, 듣는 사람의 마음은 조금씩 지칩니다. 그 반복되는 말들이 내 마음속에 쌓이고 쌓여서 오늘처럼 폭발해버리는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귀농한 부부의 생활을 다루는 TV를 시청중, 왜? 너와지붕을 한건지? 자연속에서 황토흙을 막 퍼다 써도 돼는건가? 불평을 시작합니다. 속에서 작은 무언가가 끓어 오릅니다.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속이 시원하냐"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말하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당황스러웠습니다. 마음 한편에선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라는 자책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왜 나는 매일 저런 불평을 들어야 할까? 듣기 좋은 말도 한두번인데 하물며 불평을....
오늘은 항암 2일째라 몸도 마음도 유난히 약해진 날입니다. 조금만 말이 거칠어도 마음에 깊이 박힙니다. 남편의 말투와 불평불만은 평소와 같았지만, 오늘의 나는 그 말을 견디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씁니다. 화가 난 마음을 글로 정리하고, 그 안에서 나를 다독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나처럼 감정이 무너지는 날이 있는 분들이 있다면, 같이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이해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항암치료 중인 저는, 지금 그 인내의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오늘의 저를 너무 탓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만 오늘처럼 감정이 폭발할 때, 그걸 스스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려고 합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는 힘이 제 안에 있다는 걸 믿고 싶습니다.
감정은 조절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몸이 약할수록 마음도 쉽게 흔들립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글을 통해 조금은 숨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오늘 하루를 살아가 보려 합니다.
항암치료 중 감정이 무너질 때 도움이 되는 10가지 작은 조언
- 숨 깊이 들이쉬기 – 감정이 올라올 땐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어보세요.
- 지금 이 감정도 괜찮다고 말해주기 – “지금 내가 화난 것도 괜찮아”라고 스스로 인정해보세요.
-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기 – 간단하지만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좋아하는 향기 맡기 – 라벤더, 오렌지 오일 같은 향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줍니다.
- 불평을 메모에 옮기기 – 듣기 싫은 말을 직접 받아적으며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감정이 누그러집니다.
- 오늘 나를 위로하는 한 문장 쓰기 – 예: “나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 남편에게 말하기 전에 내 기분부터 정리하기 – ‘그 말이 나를 아프게 한다’고 솔직히, 차분히 말해보세요.
- 잠깐 혼자 걷기 – 가까운 공원이라도 괜찮습니다. 자연은 조용히 위로해줍니다.
- 내 마음을 받아줄 사람에게 연락하기 – 친구, 가족, 상담사 누구든 좋습니다.
- 그림 그리기나 글 쓰기 – 지금처럼 마음을 표현하면 감정이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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