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첫날부터 겪은 생생한 경험과 몸의 변화, 그리고 캐나다 약국 시스템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담았습니다.
서론: 준비되지 않은 첫걸음
2025년 4월 7일.
드디어, 항암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치 낯선 땅에 발을 내딛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항암’이라는 말은 저에겐 익숙한 단어였습니다.
엄마가 유방암 4기로 투병하셨고, 저는 그 옆에서 작게나마 함께 걸었습니다.
그때는 영상통화로 엄마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찢어졌는데,
이제는 제가 직접 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두렵고도, 담담한 시작이었습니다.
본론: 몸이 보내는 신호들
1. 항암 전의 준비
치료를 받기 전, 피검사를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합니다.
다행히 저의 수치는 괜찮았습니다.
구토를 막기 위한 약, EMEND를 복용( 1시간 전에 복용)하고 나서
저는 천천히 치료실로 들어섰습니다.
2. 항암제 투약의 순간
그곳에는 조용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하얀 간이 침대들이 20개쯤 줄지어 있었고, 간호사 4분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20대 때 라식 수술을 기다리며 병원에 줄을 섰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마치 공장처럼 느껴졌는데, 이번에도 어쩐지 비슷한 감정이 스쳤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길을 걷고 있었고, 묵묵히 서로를 응원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입된 약은 투명한 포도당처럼 생긴 링거 2개,
그리고 큼직한 빨간색 주사기 2개였습니다.
간호사께서 “소변이 붉게 나올 수 있지만 놀라지 말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 말이 참 다정하게 들렸습니다.

3. 그날 이후의 몸
약 3시간이 지났을 즈음, 갑자기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속이 뒤틀리고 구토 증상이 올라왔고, 다리에 힘이 빠졌습니다.
내 몸 같지 않았고, 걷는 것조차 버거웠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도 작은 전쟁처럼 느껴졌습니다.
“수술보다 항암이 더 힘들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3일째 되는 날, 손이 시려워 장갑을 꺼냈습니다.
평소에도 손발이 찼지만, 이번에는 뼛속까지 얼어붙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4일째부터 조금씩 숨통이 트였습니다.
속이 덜 울렁이자 따뜻한 국물 생각이 간절해졌고,
일주일쯤 지나니 거의 회복된 듯 느껴졌습니다.
그 후에는 평소처럼 밥을 해 먹고 산책도 할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 약국과 시스템에 대한 작은 배움
치료 전, 담당 의사께서 항상 혈액검사를 검토하고
보조약이나 주사를 처방해 주십니다.
저는 JEAN COUTU 약국을 이용하고 있는데,
처방전은 자동으로 약국으로 전송됩니다.
Jean Coutu 앱을 설치하면 온라인상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앱에서는 아래와 같은 기능을 쉽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 내 약 처방 내역 확인
- 온라인으로 약 주문, 예약, 결제
- 복약 안내 및 알림
처방약을 찾으러 매번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미리 준비할 수 있으니 한결 여유가 생겼습니다.
“캐나다는 느리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이렇게 잘 정리된 시스템을 직접 써보니
생각보다 똑똑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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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담담하게, 나답게
4월 22일, 두 번째 항암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첫 번째 때보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웠습니다.
증상도 훨씬 덜했고, 새로 처방된 약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2주쯤 지나자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16일쯤 욕조 물에 둥둥 떠다니는 머리카락을 보며
결국 스스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남편이 면도기로 제 머리를 밀어주었습니다.
거울 속의 저는 조금 낯설었지만, 저는 담담했습니다.
엄마는 머리를 밀었던 순간이 가장 속상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덤덤했습니다.
기운은 없었지만, 마음은 단단했습니다.
‘뽀빠이’가 생각났고,
괜히 시금치라도 한 그릇 먹고 싶은 하루였습니다.
글을 마치며
항암치료는 단순히 몸만 싸우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음까지 준비되어야 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두렵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하나씩 배워갑니다.
몸의 변화, 감정의 굴곡, 그리고
작은 시스템 하나까지도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 글이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그랬어요.” 그렇게 말해주는 마음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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