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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의 항암일지

수술과 집에서의 회복, 그리고 다가온 항암 일정_3

by 같이 걷는길 2025. 5. 11.

    수술 후 집에서의 회복기, 확정된 항암 일정, 캐나다 RAMQ 의료 시스템에 대한 솔직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2월 4일, 수술 당일

수술 당일, 아침 6시 전에 병원 6층에 도착했습니다. 아마 수술을 받는 사람들만 모이는 곳 같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 놀랐습니다. 두 곳의 대기실은 환자들과 보호자들로 가득 차 30명은 족히 넘어 보였습니다. 세상에는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0시가 되어서야 제 이름이 불렸습니다. 이렇게 늦게 부를 거면 9시에 오라고 하지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이곳은 캐나다 병원, 기다림은 일상과 같은 곳이죠.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회복실의 한 침대를 배정받았습니다. 오늘 하루, 수술 시간을 제외하고는 이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10시 30분쯤 되니 간호사분이 오셔서 신원 확인과 혈압 체크 등 기본적인 몸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유독 이름, 생년월일, 주소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간호사, 의사, 다시 만나는 의사와 간호사까지, 모두 이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수술은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의료진들은 너무나 친절했고, 환자가 긴장하지 않도록 최대한으로 배려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TV드라마 에서 많이 봤던 숨을 크게 들이 쉬세요. 하는 소리와 함께 숨을 크게 들이 쉬었습니다....아  이렇게 수면에 빠지게 되는군요...

수술 후에는 처음 배정받았던 회복실로 다시 옮겨졌습니다.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에서는  수술 후 보통 일주일 정도 입원을 한다고 들었는데, 캐나다에서는 당일 퇴원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제 상태는 남편의 핸드폰으로 수시로 업데이트되었고, 남편은 병원에서 긴 시간 기다리지 않고 수술 시간에 맞춰 다시 데리러 올 수 있었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는 수술이 잘 되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회복실에서 약 2시간 정도 머물면서 퇴원후 집에서의 관리 방법에 대해 남편과 같이 지침사항과 처방약에 대해 설명을 듣고  오후 4시경에 무사히 퇴원했습니다.

 

집이라는 공간에서의 회복

수술 후 저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회복하며, 다음 항암 치료 일정이 잡히기를 기다렸습니다. 처음엔 혼자 회복하는 것이 괜찮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막상 집에 와보니 그 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제 방식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의 병원 중심 치료 문화가 오히려 과잉진료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림프절 전이도 없었습니다. 저는 왼쪽 가슴을 부분 절제했으며, 큰 통증 없이 회복 중입니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작아진 왼쪽 가슴을 볼 때면 마음 한켠이 아려옵니다. ‘눈도 짝짝이, 콧구멍도 짝짝이니까 괜찮아’라고 위로해보지만, 속상한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았습니다.

처방받은 약은 세 단계였는데, 저는 2단계 진통제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이 또한 감사한 일입니다.

 

항암 일정 확정과 RAMQ의 존재

캐나다에서는 대부분의 병원 일정이 전화로 조율됩니다. 병원에서 전화가 올까 봐 늘 긴장하고 있었는데, 한 달 반쯤 지났을 무렵 두 곳의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하나는 수술을 받았던 Centre hospitalier régional du Suroît, 또 하나는 집과 가까운 Hôpital Anna-Laberge였습니다. 저는 거리상의 이점을 고려해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3월 21일, 드디어 항암 일정이 확정되었습니다. 총 16회의 치료가 예정되어 있으며,

  • 첫 2개월: 2주 간격으로 4회
  • 이후 3개월: 1주 간격으로 12회
    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림프절 전이도 없다면 항암을 안 해도 되는 것 아닐까 하는 희망이 있었기에, 이 일정은 꽤나 충격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고민은 비용이었습니다. 캐나다는 의료비가 무료이지만, 처방약은 본인 부담입니다. 남편의 직장 보험이 5월 말까지만 적용되는 상황에서, 이후의 약값이 걱정되었죠. 다행히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RAMQ(퀘벡 주 건강 보험 공단)**을 통해 약값 지원이 가능하다고 안내해주셨습니다.

 

🔵 RAMQ란 무엇인가요?


**RAMQ (Régie de l'assurance maladie du Québec)**는 퀘벡 주 거주자에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보험 시스템입니다. 퀘벡 주 정부에서 관리하며, 퀘벡 주민이라면 누구나 자격 요건을 갖추면 RAMQ 카드를 발급받아 다양한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RAMQ의 주요 혜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사 진료: 가정의, 전문의 모두 무료
  • 병원 서비스: 입원, 응급실 등 무상
  • 진단 검사: 엑스레이, 혈액검사 등 지원
  • 일부 치과·안과 진료: 특정 조건 시 가능
  • 처방약 지원: 약값의 일부 또는 전부 보조 (소득/질병 상태 등 고려)

저도 RAMQ 카드를 보유하고 있어, 남편 보험이 끝나도 항암에 필요한 약값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RAMQ는 개인 보험이 없는 퀘벡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RAMP
verso de la carte de RAMQ

 

verso de la carte de RAMQ
verso de la carte de RAMQ

 

 결론: 회복과 치료 사이, 감사함으로 걸어가기

아직도 '항암 치료'라는 말은 익숙하지 않고 두렵지만, 저는 회복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고,  용기를 내어 치료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RAMQ 덕분에 경제적인 부담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도 정말 큰 복입니다.

혹시 퀘벡에서 거주 중이거나 이민을 고려하고 계신 분이라면, RAMQ와 같은 제도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 글이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2025.05.10 - [캐나다에서의 항암일지] - 유방암 2기 진단, 그리고 수술까지의 기록_2